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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6 정경유착의 시발점, 국제그룹 사건
부실기업정리 비리(한국 현대사 산책, 2003, 강준만)

전두환정권은 81년 12월 대통령령으로 부실기업 처리를 위한 비상설기구로서 산업정책심의회를 설치하고 부실기업정리에 나섰다.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및 산업합리화 정책의 이름 아래 85년 5월부터 88년 2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부실기업정리가 단행되었는데, 해운업, 조선, 합판, 섬유, 제지, 종합상사 등 광범위한 업종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런 식으로 88년까지 모두 78개의 기업이 합리화 대상으로 지정되거나 3자 인수방식으로 정리되었다.
 
합리화(Rationalization)라는 단어의 정의는 기업의 구조를 재조정하여 이윤을 극대화하자라는 것이다. 원가 및 비용절감을 위한 생산공정 혁신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인원감축을 통한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것도 경영상의 합리화가 될 것이다. 전 정권은 부실기업정리라는 명목으로 기업을 분해하여 3자 인수방식을 취하거나 합리화 대상으로 지정해 강제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특혜가 주어졌다. 이들 기업들은 대출원리금 상환을 유예받았고 이자지급과 조세를 감면받았다. 뿐만 아니라 종자돈으로 불리는 '시드머니(Seed money)'를 비롯한 금융과 세제상의 특혜까지 주어졌는데, 이를 통해 가장 재미를 본 것은 대부분의 재벌그룹이었다. 이은숙은 당시 30대 재벌에 의해 인수된 기업이 부실기업 대상 중에서 절반 이상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대출원리금 상환유예, 즉 대출금과 이자 상환을 연장시켜주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자와 조세는 감면에 추가적인 혜택까지 주어졌다. 막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면서 까지 이러한 일정을 진행시켰다는 것은, 부실기업들이 많아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거나 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 정권은 그들에게 충성할 수 있는 재벌들을 키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80년대에 정리된 상환유예액은 4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고, 조세감면액은 총 2조 1천억 원에 달하였다. 시드머니는, 대출원금의 상환유예나 이자감면으로도 정리가 곤란한 업체에 대해 10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의 특별장기저리 융자로서 총 4608억 원이 대출되었고, 시드머니에 대한 특혜시비가 일자 은행대출금 자체를 대손처리하여 원금을 탕감시켜주는 편법을 썼는데, 그 규모도 9863억 원이나 되었다. 이와 같은 부실기업 처리과정이 은행의 부실채권과 대손처리로 인한 은행부실 가능성으로 부각되자 한은특융을 통하여 지원하였는데, 그 규모는 1조 7200억 원에 달하였다."

상환유예액이 4조 2천억, 조세감면액이 2조 1천억 원이다. 그리고 기업을 인수하면서 대출금의 상환이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특별히 저 금리 융자로 대출을 했는데, 자신의 기업 재무구조도 튼튼하지 못한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을 인수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생각이다. 그리고 이에 모자라 은행대출금 자체를 대손(bad debts, 회수가 불가능해진 채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처리하여 원금을 탕감시켜주었다. 정부의 공적자금(=세금)을 1조원 씩이나 투입하여 이러한 짓을 했다는 사실은 전두환의 돈 정치를 잘 묘사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1988.05.11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세미나 연설)

"부실기업정리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인 판단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5공화국의 부실기업정리는 완전한 실패작이다. 국제그룹의 경우처럼 기업인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일군 기업군을 일거에 분해시켜버린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국제그룹 20여 개의 업종 가운데 창업자에 의해 살릴 것이 없었다는 판단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정도 규모의 기업군을 부실기업으로 판장하려면 보다 객관적인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고 최소 년은 걸려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가들은 그런 일을 다시는 해서는 안될 것이고 경제계도 다시 그렇게 당해서는 안된다."
 
재계 서열 7위의 국제그룹이 왜 도산했을까?

국제그룹은 전혀 부실기업이 아니였다. 단지 양정모 회장이 박정희 정권 시대에 시작하여 전혀 로비와 관계없이 서열 7위의 기업을 일구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헌금 명목으로 재벌들에게 많은 자금을 요구했다. 신민당의 급격한 성장으로 그가 많은 정치자금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재벌들에게 헌금으로 돈을 받는데, 국제그룹은 재계 7위의 거대 재벌임에도 불구하고 한푼도 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압력을 가하자 그제서야 돈을 내었는데 그것도 3개월짜리 어음으로 10억을 내어 전두환에게 찍혔다. 
 
로비능력이 없다고 해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그 때의 시대상황을 탓할 뿐. 이 때 재계 10대 재벌들은 큰 돈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능력도 되지 않는 기업들이 전두환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두환은 그에게 충성하는 개들에게 줄 먹이가 필요했고, 국제그룹을 부실기업정리라는 명목으로 공중분해 시키기에 이르렀다. 

보도자료 축소화와 언론 통제로 사건을 조용히 넘기려 했으나, 결국 이 일로 인해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추락하였다. 하지만 89년 헌법소원을 통해 승소판결을 얻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양회장이 잃어버린 시간은 무려 8년이다. 

전두환은 국제그룹 강제정리를 통해 재벌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정치헌금을 보다 더 쉽게 걷을 수 있었다. 역시, 전두환은 박정희보다 한 술 더 뜨고 더럽게 정치를 편다는 사실을 보다 더 확실히 각인시켜 준 계기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정경유착의 비리구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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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힐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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