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7.16 97년 외환위기와 4대 사태
한국 경제는 아직 펀더멘털(Fundamental, 기본)이 부족하다. 그런데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큰 재정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 그들이 대마불사라는 생각을 지워버리지 못하면, 이러한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97년 외환위기를 즈음해, 한보, 기아, 대우, 현대의 각 계열사들은 자금난 때문에 회사채를 마구 발행하고, 돈을 빌리러 금융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신문에는 이들의 기업 광고가 전면으로 실렸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의 부실기업들의 생존 방식 입니다. 재무구조의 개선보다는,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나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로비를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 입니다.

1) 한보사태,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돈으로 망할 수도 있다.
 
한보 그룹 전 회장 정태수, 23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한보 그룹은 건설사와 철강계열사를 중심으로 하여 기틀을 다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가 한보 그룹이 재벌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 프로젝트였다.
 
그는 로비에 상당한 소질이 있었다. 국세청 관료로 일하면서 닦은 노하우가 상당하였으며, 게다가 그는 돈을 써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그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눈길을 끈 것은 91년 수서사건때 부터 였다. 로비를 통해 수서, 대치 일대의 토지 용도를 불법적으로 변경하였는데, 이것이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사건의 해결은 흐지부지되었다. 왜 그런지 뒷 내막은 모르겠다.

무튼, 한보그룹은 상당히 심각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부채비율이 1000%가 넘을 정도 였다. (부채비율이 자기자본의 150%를 넘게 되면 자본 구조 리스크 때문에 대출을 꺼려한다. 1:1의 비율이 적당하다고 앞의 재무비율 포스팅에서 말했다)
 
97년 초, 한보 그룹이 최종 부도 신청을 했을 때, 그들의 부채는 약 5조원에 달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룹이 부도 나기 직전에도, 막대한 광고자금을 언론에 쏟아부으면서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언론 장학 재단과 같은 것을 세우면서 말이다. (말이 언론 장학 재단이지, ...)

한보그룹이 망하면서 검찰은 한보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실시했고, 이에 김우석 전 내무부 장관, 신한국당 홍인길, 황병태 의원,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이 구속되었다. 또한 신광식 제일은행장, 우찬목 조홍은행장도 한보의 로비를 받아 무리한 자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나 구속되었다.

한보사태에서 우리는 정경유착을 통한 불법대출 관행의 위험성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슈로 부각되었을 뿐.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부족하다.

2) 기아사태, 큰 일에 쓸데없는 감성은 화를 자초한다.
 
책에서는 기업이 경영난에 의해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면, 다른 기업이 이 기업을 인수하고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음으로써 경영난을 해결한다. 물론 인수 과정에서 다른 기업의 의중에 의해 기존 경영진은 대대적으로 물갈이가 된다.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한번 다 같이 공부해보자.

1997년 7월 15일, 기아자동차 등 기아그룹의 18개 계열사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9조 5천억의 부채를 안고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한번 읽어보면, "기아가 돈이 없어서 97년에 부도가 났구나."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르는 단어가 있다.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 기업이라고 한다. 책을 보면,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일정기간 동안 부도처리를 유예해 주면서 정상화를 모색하는 부실기업 처리 방식이라고 한다. (급조된 단어라고 합니다. -_-) 
 
부도처리 하기에는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생각해, 일단 부도처리를 미루면서 정상화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근데 기아는 당해 10월까지 점점 더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게 된 계기가 됩니다. 결국 처방을 내리기는 했는데, "3자 인수를 추진하지 않는다."입니다. 산업은행에서 최대 지분을 갖는 공기업으로 만들자는 것인데, 이것은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기아자동차를 안정화 시키자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관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라고 보도했고, 외국계 자본의 한국 시장 철수를 이끌게 되었지요. 이 결정 바로 다음날, 외환위기가 닥치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잘못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 까지 언론(뒤에서 밀어주는 재벌들과)과 그에 현혹된 무지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 입니다. 기아자동차 임원진에서 언론에 로비를 하면서, 언론들이 기아자동차의 입장을 밀어주게 됩니다. 이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강경식씨가 부산(부산경남(PK) 및 대구경북(TK))를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이였기 때문에 삼성을 밀어 기아를 흡수시키려고 한다는 음모론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여론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경식 장관은 기아는 무조건 제 3자 인수를 통해서만 정상화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기아 임원진들의 로비와 소설과 같은 주변 정황에 견디지 못했습니다. 로비의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언론에 의해 국민기업 기아를 살리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는 걸 보면 말이죠. 저는 이 생각을 많이 합니다. 확실히 알지 못하면 나서지를 말라. 물론 이 말도 틀릴 때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일들을 보면 저의 소신에 맞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무튼, 기아는 결국 현대자동차에 인수가 됩니다. 그토록 제 3자 인수를 하지말자고 했던 국민들, 지금은 아무말도 안합니다. 자기들이 잘못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고, 또 언론과 재벌들에 농간에 놀아났다는 것을 아는지도 모르겠지만 언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사건이였습니다.

3) 대우사태, 환상적인 부채경영, 한번 망하면 영원히 일어설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언론과 재벌들은 많은 잘못을 하게 됩니다. 

대우, 김우중 회장이 이룩한 신화와 같은 기업입니다. 60년대에 설립되어 정부의 산업정책과 같은 흐름을 타면서 재벌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게 됩니다. 또한 김 회장의 뛰어난 로비와 경영기질로 위기 때 마다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IMF 구제금융 시절, 다른 기업들과 달리 대우는 부채를 더 끌어들여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그들은 삼성을 제치고 제계 서열 2위로 등극했습니다. 언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는 이제 알려드립니다. 다음날 각 언론사들의 보도를 봅니다.

 [1] 세계일보 : "대우 돌풍 제계 판도 바꾼다, 부실 기업 처리 해결사로 등장"
 [2] 대한매일, 경향신문, 한겨레 역시 긍정적 논조의 해설기사를 개제하였다.
 [3] S&P : "쌍용차 인수로 대우의 부실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 신용등급 하향조정

대우는 무리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를 발행하였다. 하지만 대우의 이러한 경영도 정부의 '금융기관 기업어음 및 회사채 보유 한도제'가 시행되면서 끝에 다다르기 시작하였다. 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외신에 의해 보도되기 시작했고, 신용등급도 B- 로 하향되었다. 하지만, 대우는 국내 언론사들에게 광고자금을 통한 로비를 하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러한 일은 보도하지 않으면 회복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지만 지금 보도하면 대책 없이 상황만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에 의해 합리화 되고 있었다. 결국 대우 부도사태에 해외 자본들은 미리 발을 뺐지만, 부족한 정보에 의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4) 현대사태, 아직 망하지는 않았으니 여기에 안 쓸렵니다. (경제뉴스의 두 얼굴, p155-166 참고)

'All Around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  (0) 2009.07.16
디플레이션(Deflation)  (0) 2009.07.16
경기순환흐름  (0) 2009.07.16
Posted by 힐라리오
,